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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책 선정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세상모 2021. 1. 2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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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은 워낙 함부로 많은 책을 읽었으므로 그 중에서한 권을 골라 아이들에게 주라고 한다면 망설이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어렸을 때 읽어 피끓는 흥분을 느꼈던 모험소설중 몇 권을 서고 (書庫)에서 꺼내 내가 읽었을 때와 같은 나이 또래의 아들에게 주고 아들이 그것을 읽으며 흥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절로 마음이 유쾌해진다.

만일 부모가 자식에게 준 시집이나 소설집 갈피에서 잊어버렸던 은행잎이나 부모가 손수 써놓은 메모가 나와 자식들이 그걸 본다면 부모의 천진난만한 감상에 쓴웃음을 금치 못하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언어를 초월한 깊고도 강한 정신의 교류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비록 부모 자식 사이라고 해도 서로 맞대하고 말할 때보다. 도 오히려 무엇인가 매개체가 된 것을 손에 쥐고, 눈으로 봄으로써 훨씬 부모의 심리·정서·감상 같은 것을 엿보게 되어 인간끼리의 강렬한 공감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8 유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미리 밝혀라

나의 선친께서 별세하셨을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곤 회사에서 빌어 쓴 빚뿐이고 유산이라고 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업계에서 아버지의 덕망이 두터웠기 때문에 조위금이 다달이 받던 봉급의 몇 십배가 넘게 수중에 들어왔다. 그러나 경제관념이 없는 우리 형제와 어머니는 이제까지 만져 보지도 못한 목돈을 놓고 장래에 대한 계획성이 하나도 없는 낭비로 그 돈을 몇 년 동안에 다 없애 버렸다.

예금통장의 잔고가 바닥이 났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계획성없이 써 버린 아버지의 유산을 돌이켜보고, 우리가 받았던얼마간의 돈이 결코 아버지의 유지(遺志) 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세 식구의 핍박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도리어 그 순간부터 어떤 의미에서 아버지의 주술呪術)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인간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

시큰한 자부심일지 모르지만 겨우 수년 동안에 모자(母子) 셋이 써 버릴 정도의 재산밖에 남기지 못한 아버지에 대해, 일을 위하여 순직한 한 사나이의 늠름한 기개를 새삼 느낄수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자손을 위해 재산을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이지만

어느 부모건 자손을 위해 결코 재산은 물려줄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짊어져야 할 의무가 있다면, 그건 자식들이 건전하게 성장하고 그들이 바라는 만큼의 교육을 충분히 시켜주는 것으로 그쳐야 하리라. 그렇게까지 해도 결국 자식들이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면 그것은 부모의 책임이 아니다.오로지 자식들 스스로의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식들을 한 인간으로서 경제적으로내던질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부모로서 할 수 없는 냉혹한노릇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은혜인 것이다. 부모가 남기는 재산이란 그 은혜가 말살되기 마련이며자식들로 하여금 인생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밖엔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

나의 선친이 생전에 부모로서 우리를 위해 마음을 써 주신일은, 최소한도 자식들이 바라는만큼의 공부를 시키는데 드는 돈만은 어떻게든 마련해 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아버지의 허영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유치원 때 거의 강제적으로 선교사에게 외국어를 배우게 되었고, 보통 월급장이자식으로서는 사치스럽다고 할 정도의 여러 방면의 교육을받았다.

이 점을 나는 아버지께 감사하는 등시에 부모의 의사로 놀시간을 빼앗긴 아들로서의 원망도 적지 않았다. 하기사 나자신도 아버지께서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애들에게 되풀이하고 있으면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남김으로써 그 재산 이외로 베풀어지는 은혜란 무엇일까?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한다.

나는 현재 자식들은 다소 호강시키고는 있지만 장래 자식들을 위해 유산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 순간은 단 1초도 없다고 감히 단언하는 것이다.

9 가장 숭배하는 역사상의 인물에대해 이야기해 주라

부모 자식 사이도 인간 대 인간인 이상 부모도 결국 자기가 어떤 인간이라고 하는 것을 자식에게 완벽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은 가장 가까운 사이인 이상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 방법으로써 자기가 애독하는 책을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또 한가지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상 실재했던인물에 대하여 그 생애나 또는 유명한 에피소드를 아이들에게 되풀이 하여 들려 주는 방법이 있다.

유년기에는 유년에 적합하고, 소년기에는 소년에 적합한 내등의 것을 골라 이 세상에 실재했던 한 인간에 대한 공감,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인간에 대한 반감을 자녀에게 전해 줌으로써 아이들은 부모가 지닌 철학과 인생에 대한 자세를 이해할 수 있다.

아든 자녀들이 성장하였을 때, 한 사나이로서 또는 여자로서 자기 아버지의 인생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서 이해하기어려운 부분이 있을때, 자기가 되풀이하며 들은 일이 있는어떤 인간에 대해 아버지와의 공감을 실마리로 해서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이건 반드시 자녀들에게 부모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속셈에서가 아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뛰어난 힘의 인간에대하여 부모가 반복하여 이야기해 주는 것은 잡다하게 천 명,만 명의 인간에 대해 들려주는 것보다도 훨씬 깊게 인간의 진실을 배우게 될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의 장래 지망을 군인이다, 정치가다, 학자다, 하는일반적인 직업을 가지고 헤아릴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예로들어 누구누구와 같은 처세방법 하는 식으로 진로를 결정시키는 편이 자녀들을 위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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